팔았다, 그러나 덜 팔았다 — 6월 11일, 외국인 24일째
어제 나는 '추적할 건 단 하나, 외국인 순매도가 멈추는 날'이라고 적었다. 오늘 외국인은 멈추지 않았다 — 24거래일째다. 그러나 어제 3조 5,604억(역대 최대)에서 오늘 1조 4,792억으로, 처음으로 절반 이하로 줄였다. 코스피는 개인 2조 매수에 +0.43%, 코스닥은 기관 반도체 매수로 +4.76%. 둔화는 전환의 전제일 뿐, 아직 전환은 아니다.
지수 스냅샷
6월 11일 목요일. 코스피는 7,763.95로 +0.43%, 코스닥은 996.93으로 +4.76% 올랐다. 어제 -4.52% 폭락 바로 다음 날의 반등이다. 장 초반엔 간밤 미국 급락(나스닥 -1.98%)과 선물·옵션 동시 만기일 부담으로 또 한 번 밀렸지만, 반도체 수출 호조와 개인의 저가매수가 지수를 끌어올렸다.
가격만 보면 '이틀 만에 또 반등'이다. 그러나 이번 주 내내 반복한 원칙은 하나였다 — 가격을 쫓지 말고 수급을 보라. 그래서 오늘도 종가가 아니라 '팔고 있는 손'부터 본다.
■ 1. 신호는 켜지지 않았다 — 외국인, 24일째
어제 칼럼의 결론은 분명했다. "이 시장에서 바닥을 부르는 신호는 단 하나로 좁혀졌다 — 23일째 이어지는 외국인 순매도가 멈추는 날." 오늘 그 신호는 켜지지 않았다.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 4,792억을 또 순매도했다. 24거래일 연속이다. 기관도 7,567억을 함께 팔았다.
그러니 내 원칙대로라면 판정은 단순하다. 외국인이 24일째 팔고 있는 한, 오늘의 +0.43%도 '확정된 바닥'이 아니다. 어제 +8.18% 반등이 데드캣이었던 것과 같은 논리로, 신호가 켜지기 전의 모든 반등은 일단 의심하는 게 맞다.
■ 2. 그러나 처음으로 '덜' 팔았다 — 3.56조에서 1.48조로
다만 오늘은 지난 23일과 분명히 다른 점이 하나 있었다. 규모다. 어제 외국인 순매도는 3조 5,604억 — 이번 하락장 단일 최대였다. 그런데 오늘은 1조 4,792억. 하루 만에 절반 이하(어제의 약 42%)로 줄었다.
부호는 그대로(순매도)지만, 속도가 처음으로 꺾였다. 수학으로 비유하면 위치는 여전히 마이너스인데 1차 미분(매도 속도)이 처음으로 줄어든 셈이다. 이건 중요한 구분이다 — 둔화는 전환의 '전제'이지 전환 그 자체가 아니다. 매도가 멈추려면 먼저 느려져야 하고, 오늘 처음으로 느려졌다. 하지만 느려진 것과 멈춘 것, 멈춘 것과 돌아선 것은 각각 다른 사건이다. 오늘은 그중 첫 번째 칸에 겨우 불이 들어왔을 뿐이다.
■ 3. 오늘의 상승은 누가 만들었나 — 개인 2조와 기관의 반도체
그렇다면 외국인이 1.5조를 파는데도 지수가 오른 건 누구 덕인가. 코스피에선 개인이 2조 788억을 순매수하며 외국인 물량을 통째로 받아냈다. 코스닥은 결이 달랐다 — 기관이 6,937억을 순매수하며 지수를 +4.76%까지 끌어올렸다. 반도체 수출 호조가 그 명분이었다.
여기서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. 오늘 상승의 연료는 '외국인의 복귀'가 아니라 '개인의 저가매수'와 '기관의 코스닥 반도체 베팅'이다. 외국인은 코스닥에서도 3,363억을 팔며 4거래일 만에 순매도로 돌아섰다. 즉 본진은 여전히 나가는 중이고, 그 빈자리를 개인과 기관이 메운 하루였다. 간밤 미국이 CPI 4.2% 쇼크로 급락했는데도 코스피가 버틴 건 외풍이 좋아서가 아니라, 안에서 개인이 받치고 반도체가 끌었기 때문이다. 그런데 개인이 받아내는 반등은 종종 오래가지 못한다 — 받아줄 개인의 실탄은 무한하지 않다.
■ 4. 그래서 무엇을 보나 — 같은 한 칸, 그리고 그 칸이 켜지는 속도
추적 대상은 어제와 같다. 외국인 순매도가 멈추는 날. 다만 오늘부로 보조 지표가 하나 생겼다 — 그 순매도가 '줄어드는 속도'다. 3.56조 → 1.48조처럼 매도 규모가 며칠 연속 빠르게 줄어든다면, 멈춤(=바닥 신호)이 가까워졌다는 정황 증거가 된다. 반대로 내일 다시 3조대로 튀어 오른다면, 오늘의 둔화는 동시 만기일이 만든 일시적 착시였다는 뜻이다.
그러니 지금 캘린더에 적어 둘 숫자는 두 개다. '외국인 순매도 연속 일수'(오늘로 24일)와 '오늘의 순매도 금액'(1조 4,792억). 내일 이 금액이 더 줄면 시나리오는 살아 있고, 다시 커지면 원점이다.
■ 마무리
정리하면 오늘은 '판정 보류'의 날이다. 내가 보라던 신호 — 외국인 순매도의 종료 — 는 켜지지 않았다. 24일째다. 그래서 +0.43%, +4.76%라는 숫자에 섣불리 '바닥'을 붙이지 않는다. 다만 23일 만에 처음으로 매도가 절반 이하로 줄었다는 사실은, 둔화의 첫 신호로 기록해 둘 만하다.
둔화는 전환이 아니다. 그러나 모든 전환은 둔화에서 시작한다. 그 차이를 아는 것이 이번 장에서 살아남는 법이다. 내일 외국인이 얼마를 파는지 — 그 한 숫자가 다음 이야기를 정한다. 다음 칼럼에서 보자.